안녕하세요.
오늘은 싱그러운 6월의 첫날 제가 소방서에 박카스 드리러 갔던 일을 포스팅하려 합니다. 날이 요새 무더워 잠깐만 밖에 나가도 정말 더워요. 하지만 더운 만큼 하늘도 드높아 마냥 하늘을 바라보면 파란 하늘에 괜히 마음이 좋아지곤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올려다본 하늘도 꼭 요즘처럼 맑고 푸르렀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이번년 초에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응급실에 실려갈 일이 있었습니다. 허둥지둥하던 때에 119를 누르고 소방서에 연락을 할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사고도 크게 번지지 않고, 저도 일찍이 병원에 갈 수 있었답니다. 젊고 듬직한 구급대원분들이 오셔서 제 상처를 봐주시고, 제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셨습니다. 집에서 칼을 잘못 떨어뜨려 발생한 사고였는데요, 엄지발가락이 위로 움직이지 않아 엄청 당황하였지만 침착하게 별일 아닐 거라고 저를 안심시켜주시던 구급대원 분들의 배려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도착하시자마자 세심히 주위를 살펴보시고 제 상처도 다시 소독하고 응급처치를 해주셨습니다. 심적으로도 안정이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침대에 누워 응급차에 실린 후 근처에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와주신 것만으로도 되게 든든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정말 발이 나으면 제일 먼저 소방서에 감사인사를 전하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은 좀 더 시간이 걸린 뒤가 돼버렸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전치 7주라는 소견을 받게 되고.. 입원을 2주나 하고 병원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되었거든요. 발등에 손톱만한 작은 상처가 생겨도 발을 아예 쓰지 못하다니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새삼 건강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병원에서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병원생활에 대해서도 포스팅을 쓰고 싶습니다.
2주뒤 실밥을 뽑고 퇴원을 한 후에 깁스를 풀기까지 몇 주가 흐르고 그렇게 제 발로 서서 다니게 되기까지 좀 더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막상 드디어 제 발로 걷을 수 있게 된 후엔 지금까지 못다 한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느라 소방서에 가는 것은 미뤄지고 조금은 소방서에 가는것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싫어하시거나 받지 않으시면 어쩌나 이런 걸 하면 안 된다고 그러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한편으론 어떤 식으로 감사인사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에 그래 무안하더라도 조금 버겁더라도 꼭 갔다 오자는 마음에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로 전하는 것엔 한계가 있을 것 같아 편지를 조심스레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얘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가득 실어 담는 게 좋을 것 같아 제 얘긴 아주 조금 적었는데, 지금은 후회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구급대원분이 제게 한 첫마디도 제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셨거든요. 제가 만약 구급대원이라면 스스로 구한 이분이 어떤 식으로 치료를 받고 지금은 완쾌되었는지 궁금하며 그것을 제 일처럼 기뻐하셨을 것 같았습니다. 혹시라도 소방서에 갈 일이 있으시다면 tmi 같더라도 자기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등을 자세히 써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맵 어플을 이용하여 더듬더듬 천천히 길을 나섰고 근처 마트에 들러 박카스를 한 박스 사러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또 박카스가 좋을지 미에로 화이바가 좋을지 아니면 음료수가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박카스를 집어 들고 마트를 나섰습니다. 막상 박카스를 들고 보니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제 마음도 박카스처럼 무겁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하며 길을 총총 걸었습니다. 가는 길에 박카스에 제가 쓴 편지도 곱게 넣어두고 두 손으로 박카스를 들고 길을 걸었습니다.
소방서에 도착하니 마침 방금 출동하고 돌아오셨는지 구급차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잠시 주차를 다 하시길 기다렸다가 내리시는 걸 보고 박카스를 전해드렸습니다. 구급대원 분들은 굉장히 어리둥절해하셨습니다. 저도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제 말을 쏟아냈고, 마스크에 가려 잘 들리진 않았지만 구급대원 분께서 덕담을 한가득 담아주셨습니다. 저도 너무 긴장하고 당황하여 그때 무슨 말을 들었고 드렸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복 받으세요.'라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서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이런저런 말들을 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서를 빠져나왔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걱정이었습니다. 혹시 실수한 건 없었을까 도리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그곳을 빠져나왔던 터라 걱정이 계속되며 한편으로는 드디어 전해드려 뿌듯함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 아쉬웠던 것은 늘 타인을 위해 위험도 무릅쓰시는 분들이 정작 받는 것에는 익숙지 않은 모습들이었습니다. 좀 더 큰 걸 들고 올걸, 편지를 더 세심하게 쓸걸 이런저런 후회를 남기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마음은 있으나 실행이 어려우신 분들께, 꼭 한번 다녀오신다면 굉장히 뿌듯하고 새로운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마음이 잘 전해졌길 바라봅니다.
댓글